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영화 '파묘" 일제의 쇠말뚝

by 머니따라 2024. 3. 2.
반응형

영화 ‘파묘’가 누적 관객수 400만 명을 돌파하면서 차가운 겨울이었던 영화계에도 훈풍이 불고 있습니다.

 

한 집안의 '파묘'

 

불과 개봉 8일 만에 400만 관객 수를 돌파한 만큼 영화 속 캐릭터와 줄거리에 대한 관객들의 애정이 뜨겁습니다. 영화는 기본적으로 한 집안의 ‘파묘’를 두고 벌어지는 기이한 현상을 다룹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일제강점기 시대 우리 민족의 기운을 누르기 위해 명산에 쇠말뚝을 꽂았다는 소위 ‘풍수 침략’이 언급되는데요. 풍수 침략과 쇠말뚝은 영화의 분위기를 반전하는 중요한 전환점이기도 합니다.

일제의 쇠말뚝

일제강점기, 조선의 혈맥을 누르기 위해 일제가 쇠말뚝을 꽂았다는 이야기는 한국 사람들에게 더없이 친숙한 소재로 알려져 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항간에 퍼진 전설처럼, 실제로 전국 산 속 곳곳에서 말뚝처럼 생긴 쇠침이 발견되곤 했습니다.
입에서 입으로만 전해지던 이야기가 공식적인 공론장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김영삼 정부 때의 일입니다.

1995년 2월 15일 정부는 국무회의에서 쇠말뚝 제거 사업을 광복 50주년 기념 역점 추진 사업으로 의결합니다. 정부가 일제가 전국에 꽂은 쇠말뚝의 존재를 인정하고 제거하는 일을 국가적인 목표로 삼은 것입니다. 김영삼 정부는 이를 통해 ‘역사 바로 세우기’라는 확실한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쇠말뚝 전설’을 부정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쇠말뚝은 일제가 한국의 기운을 누르기 위해 악의적으로 설치한 것이 아니라 측량용으로 설치한 말뚝이라는 주장이 주류를 이뤘습니다. 조선의 국토에서 다양한 식민지 건설 사업을 전개하던 일제가 험준한 산을 측량하기 위해 묻어둔 것이 구전으로 와전되었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이외에도 주민들이 풍수를 위해 직접 설치한 말뚝이라는 주장, 군부대가 사용한 물건이라는 주장 등이 이어졌습니다.

영화 ‘파묘’에서도 이러한 목소리를 비춥니다. 쇠말뚝을 언급하는 지관 ‘상덕(최민식 분)’에게 장의사 ‘영근(유해진 분)’이 “99%는 가짜”라고 반박하는 데서 알 수 있죠. 한때 정부까지 나서 진행했던 쇠말뚝 제거 사업이지만, 뚜렷한 증거가 부족했습니다.

 

땅은 한국인의 모든 것

그때 그 시절, 일제는 풍수가 좋은 터에 쇠말뚝을 묻어 조선의 얼을 빼앗으려 했을까요? 풍수에 관한 여러 이야기들을 두고 수많은 논쟁과 토론이 오가는 한 쉽게 정답을 내릴 수 없는 문제일 듯합니다.

다만 무엇이 되었든 쇠말뚝 전설에 담긴 당시 민심은 변하지 않습니다. 설령 일본에 대한 적개심과 풍수신앙이 결합되어 탄생한 전설에 불과할지라도, 당시 조선의 사람들이 수많은 차별과 설움을 견뎌왔다는 점은 동일하기 때문입니다.

땅은 농경 민족인 한국인들에게 모든 것이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빠르게 도시로 이주하고 있는 현재에도 풍수지리는 큰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곧 500만 관객을 달성할 영화 ‘파묘’의 인기는 이를 증명하는 것일 테지요. 3·1절 105주년이 지난 지금, 다시금 화제가 된 쇠말뚝 전설의 배경을 되새겨보는 건 어떨까요.

댓글